최근 세계적인 인플루언서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놀랄 만한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인도와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의 저개발국가는 대리모 사업이 합법이고 권장되기까지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구권 국가들은 대리모 사업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논쟁거리가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했고,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한 <베이비 팜>이 10일 창비를 통해 출간했다. 조앤 라모스의 장편소설로 비밀 대리모 시설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라모스는 <베이비 팜>을 통해 여성의 신체와 아이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골든 오크스 농장’은 뉴욕주 북부의 한적한 전원에 자리 잡은 대리모들을 위한 최고급 리조트다. 전담 의사, 간호사, 영양사, 마사지사, 트레이너, 그리고 대리모인 ‘호스트’들을 돌본다는 미명하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코디네이터 들이 상주한다. 선발된 호스트들은 9개월간 자신의 몸을 빌려주는 대가로 매월 돈을 받고, 무사히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경우 궁핍한 삶을 완전히 바꿔줄 거액의 보너스를 보장받는 계약을 맺는다. 

베일에 싸인 고객들은 최상위 부자들이다. 이곳에 들어온 가난한 필리핀 이민자이자 싱글맘인 제인, 그녀의 룸메이트인 순진한 백인 이상주의자 레이건, 골든 오크스를 총괄하는 중국계 혼혈인 메이, 제인의 나이 많은 사촌이자 20년 넘게 신생아 보모 일을 해온 아테까지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네 여성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한편,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나 여섯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온 라모스 작가는 어느날 인도의 대리모 산업에 관한 기사를 보고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년 초 인도 의회에서 ‘상업적’ 대리모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세계의 아기 공장’으로 악명 높았던 인도의 대리모 산업 규모는 연간 4억 달러(약 4400억원)에 달했다. 빈곤층이 절대다수인 구자라트주의 한 마을에서 여성 주민의 30%, 약 200여명이 대리모로 일하는 상황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해외 언론 'USA 투데이'는 <베이비 팜>에 대해 “지금부터 100년 뒤에 벌어질 일이 아니라, 바로 다음 주에 일어날 일”이라고 평가했다. <베이비 팜>은 ‘대리모 반대운동’을 위해 교조적으로 복무하거나 생명은 거래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단순한 교훈을 전달하지 않는다. 

소설 속 골든 오크스 농장은 저개발국가의 열악하고 위험한 시설들과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상상 가능한 최상의 대리모 시설에서조차 어떠한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골든 오크스에 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고민해보게끔 하는 것이 라모스 작가의 전략이자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