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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북팁 소개

엄마의 사진 - 큰 나무가 서 있던 정원 / 호원숙, 수필가








어머니는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셨다. 어머니의 첫 소설 <나목>이 당선되어 처음 작가로서 세상에 나왔을 때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사진을 찍어드리는 일이었다. 1970년대 초반, 요즘처럼 사진이나 사진기가 흔할 때가 아니었지만 우리 집에는 꽤 괜찮은 독일제 카메라가 있었다. 어머니는 그 카메라로 어릴 적부터 우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찍어주셨지만 막상 어머니 혼자 찍은 사진은 없었다.
신문사에서는 당장 사진을 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내줄 만한 사진이 없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한복을 입으시라고 하고 마당에서 독사진을 찍어드렸다. 어머니는 카메라를 들고 설치는 딸을 보며 고분고분하게 포즈를 취했지만 민망하고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셨다.
흑백 필름으로 찍은 그 사진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로 신문 기사나 책에 붙어 나갔다. 억지로 미소를 지은 그 사진도 오랜 세월이 지나니 기념물처럼 소중하다. 사진은 지나가버린 시간과 그 공간을 잠시 멈추게 해 주고 증명해 주니까.
그 후 잡지사나 신문사에서 전문 사진기자가 와서 참으로 많은 사진을 찍어 주었다. 어느 잡지사에서 온 기자가 장독대에 올라가 간장을 뜨는 주부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할 때 어머니가 난감해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보문동 한옥의 장독대는 왜 그렇게 높고 컸는지. 그래도 그때 잡지사 기자가 그 장독대에 올라가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은 여태껏 벽에 걸어두고 있을 정도로 좋다. 한옥 댓돌에 어머니와 네 자매가 앉아 있는 모두의 표정이 젊고 밝고 자연스러워 행복해 보인다. 더구나 그 사진 속 나와 동생이 입은 원피스는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보문동을 떠났기 때문에 한옥 마당에서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 기억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정말 사진의 힘이다.

올해는 어머니의 5주기에 맞추어 대담록이 나오게 되었다. 1980년대부터 돌아가시기 전 30년 동안의 인터뷰 기록으로, 서재 서랍 속 깊이 스크랩해 놓은 글을 엮은 것이다. 그런데 출간을 며칠 앞두고 출판사에서 표지로 쓰겠다고 보내온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예쁘고 멋진 사진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이 사진일까? 세수도 안 하고 머리는 부스스하고 눈 주위엔 기름 주머니가 주름 사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했다. 내 눈에만 그런가 하여 동생들에게도 그 사진을 보내면서 의견을 구했는데,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막내는 더욱 실망하는 눈치였다. 엄마의 모습을 예쁘게 기억하고 싶어 하는 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다.
대안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밤새도록 다른 사진을 찾아 편집자에게 보내주었다. 그런데 보내면서도 이 책의 표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과 느낌이 지나갔다. 책을 편집하면서 필자들과 메일을 주고받고 여러 번 쓰다듬으면서 작업해온 편집자로서의 감각이 있는 것이다. 편집자는 나를 설득하려고 “그건 너무 좋은 사진이고, 박 선생님의 많은 것을 말해주는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짓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분명 어느 한 순간에 짓는 미소와 표정에 큰 진실이 담겨 있었다. 작가적인 고뇌와 고통과 세월이 사진 속 어머니의 주름진 손과 눈에 담겨 있었다. 그 사진은 작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느낌이 담겨 있는 좋은 사진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는 책이 나온 후 받아보고서 그 책을 꼭 껴안았다. 어머니를 껴안듯이. 실제로 어머니를 꼭 껴안았던 일은 얼마나 드물었던가. 어머니는 작가가 된 이후로 우리만의 엄마가 아니었고 많은 사람들과 깊은 교유와 정을 나누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얼마나 노력하셨는가. 작품 속 인물들과 지인들에게 쏟은 진력과 열정 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하여 따뜻한 사랑이 못 미칠까 봐 가장 특별하고 어여쁜 미소를 우리에게 지어주신 것이다. 어머니의 그런 노력을 알기에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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