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신간] 무쇠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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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무쇠인간
  • 입력2023-02-02 10:36:46








무쇠인간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아무런 설명 없이 등장한다. 긴 설명 없이 단지 ‘아무도 모르지’라는 문장의 반복으로 무쇠인간의 등장을 알릴 뿐이다. 이 등장은 첫 장을 펼친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이 내다버린 고철을 먹고 사는 무쇠인간, 눈알이 스위스만 한 미지의 괴물, 우주를 날아다니며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무한한 상상력과 감각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시어와 각 장면에 어울리는 의성어, 장면 안에 담긴 강력한 메시지는 어디서도 만나보지 못했던 무쇠인간이라는 존재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무쇠인간》의 원작은 시인이 쓴 동화인 만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도록 쓰였다. 다섯 밤의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어 가다 보면 작품 안에 담겨 있는 시적 메시지와 운율에 맞추어진 시어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테드 휴즈가 만들어낸 ‘무쇠인간’이라는 새로운 존재는 많은 과학 소설에서 로봇이 등장하는 방식을 벗어난다. 로봇이 가진 기계적 능력과 기술을 내세워 서사를 이끌어 나가기보다는 생물의 생태계와 존재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작가는 무쇠인간이 가진 새롭고 단순한 능력만을 보여주고, 단편적인 가치를 언급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들에게 더 많은 감각과 의미를 전달한다.

지구의 인간들은 무쇠인간이 등장하자 공포에 휩싸여 도망을 가고, 불필요한 존재라고 여겨 커다란 구덩이를 파묻어 버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세계의 존재라고 생각해 소통하고 공존하려고 하기 보다는, 처리하거나 해결하려고만 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작품 안에 등장하는 소년 호가스는 방치되어 있던 무쇠인간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민다. 작품 안에서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로봇의 소통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로 인해 무쇠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몰라주었던 인간과 지구를 괴물에게서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무쇠인간이 괴물을 물리치고 나서야 인간들은 무쇠인간을 지구의 영웅이라고 추대한다. 하지만 무쇠인간은 호가스가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우주의 괴물에게 손을 내밀고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러한 무쇠인간의 모습을 통해 단순히 쓸모로만 판단했던 존재에 대해 떠올리고, 약한 대상을 무차별하게 혐오하고 배제했던 순간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소통과 이해를 통해 공존해 나간다는 강력한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테드 휴즈의 원작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8년에 발표되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고 격동의 시기를 보내던 1960년대는 전쟁과 다툼이 숨 쉬듯 일어나고, 인간의 혐오와 오만이 무차별하게 나타나던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왜 이 고전을 다시 읽어야 하는가, 크리스 몰드가 그려낸 테드 휴즈의 《무쇠인간》은 이 질문에 한 번 더 답하게 만든다. 《무쇠인간》은 이미 많은 판본이 나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크리스 몰드의 시선과 해석으로 그려낸 새로운 작품은 오래된 고전을 또 한 번 현재의 우리 앞에 불러온다.

크리스 몰드는 미지의 존재인 ‘무쇠인간’과 괴물인 ‘우주박쥐천사용’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려낸다. 이전의 판본에서 등장한 배경과 캐릭터는 다소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게 그려졌다. 그러나 크리스 몰드의 새로운 그림은 무쇠인간의 팔과 다리부터 작은 움직임, 마을의 풍경까지 섬세하고 구체적이게 보여준다.

독자들이 머릿속으로 상상해왔던 로봇의 움직임을 선명한 구도와 신체적 표현을 통해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 산산조각난 무쇠인간의 눈과 손, 다리가 서로를 이끌며 몸을 합쳐 나가는 장면은 크리스 몰드의 장점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다. 손이 눈알을 들고 손가락으로 걸어 나가는 낯설고도 묘한 모습은 우리에게 색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크리스 몰드가 만들어 내는 섬세한 그림과 새로운 이미지는 작품을 관통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더욱더 돋보이게 만든다.

□책 전문 뉴스, 북뉴스    김이슬 book@ti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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